천재 억만장자 찰스 슐츠의 불행했던 인생
출처: 돌연변이 연구소
찰리브라운.. 이렇게 보니 느낌이 묘하다..
그냥 귀여운 아이들 만화라고 생각했는데..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로 알려진 피너츠(Peanuts).
우리에겐 만화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피너츠는 기본적으로 신문 연재 만화다. 1950년 10월 2일 시작돼, 2000년 2월 13일까지 연재됐다.
피너츠는 인류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신문 연재 만화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세월 연재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 만화, 구전 설화 모두 통털어.)
(참고로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만화책은 드래곤볼.)
피너츠는 전세계 21개 언어로 번역돼 75개국 2600여개의 신문에 연재되며, 3억 5500만명의 독자들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피너츠의 캐릭터들은 도무지 집계도 안 될 정도로 많은 팬시 상품, 디자인, 음반, 테마 파크, 기업 로고 등에 사용되며 예상치를 구하기도 어려운 부를 창조했다.
이 위대한 작품을 창조한 인물은 바로
이분이시다. 찰스 슐츠(Charles M. Schulz, 1922 - 2000)
(다시 한번) 인류 역사상 창작 행위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 중 한명으로 생존 당시, 대충 약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원 가까이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지금 사망한 상태에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슐츠 선생님과 관련해 전해 오는 이야기만 들어 보면,
별 고생도 없이 평생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평화롭고 아름답게 엄청난 부를 쌓고 가셨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삶이었을까 하겠지만.
사실 그게 그렇지 않았다.
(여기서 다루는 인물들은 절대 그렇게 쉽게 살다 가신 분들이 아니다.)
슐츠는 심하게 우울하고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피너츠의 찰리 브라운을 떠올리면 된다.
찰리 브라운.
마음 약해 싫은 소리 못하고 항상 남들보다 먼저 불이익을 받는데다 상처받기 너무 쉬운 한없이 착하고 물러 터진 아이.
피너츠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 캐릭터들은 모두 찰스 슐츠 자신을 많이 닮은 '분신'이었다.
슐츠는 찰리 브라운 같은 사람이었다. 학창시절 내내 교실 내에서 가장 작고, 가장 말라빠지고, 가장 성격 불안하며 사교성 떨어지는 수줍음 만점 학생. 요즘 태어났으면 왕따 당하기 쉬운 학생이었다는 거지.
집도 가난했다. 독일 이민자로 이발소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아버지와 무뚝뚝하고 거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만화 속 찰리 브라운 아빠도 이발사였음.)
슐츠의 불행의 시작은 어머니였다. (불행히 살다간 위인들의 문제는 대부분의 어머니에게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노르웨이 농부 집안의 이민자였던 슐츠의 어머니는 매우 우울한 목석같은 사람이었는데, 꽤나 밉살스러운 성격까지 갖추고 있어서 남을 놀리고 깔보는 일이 많았다고.
슐츠가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은 사랑이 아니라 우울과 냉소 뿐. 이런 가정 환경은 그의 인생에 평생 악영향을 미친다.
루시 반 펠트.
거칠고 폭력적이며 냉소적인 여자애.
피너츠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들은 자기 주변의 여성들을 모델로 삼았다. 루시 반 펠트는 자기 어머니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캐릭터.
집과 학교에서 짓눌리며 살았음에도 슐츠에겐 남 모르는 자부심과 야심이 있었다.
바로 만화를 그리는 재주. 창작의 재주였다.
남 모르는 자부심과 야심은 그를 더 상처 받기 쉬운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학교 문집에 넣을 만화를 그려 갖다 주었더니 말도 안되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고. 슐츠는 평생 이 일을 잊지 못하고 이를 박박 갈았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어정쩡하게 접근하다 수시로 퇴짜를 맞았다. (이건 피너츠 만화에서도 수시로 등장하는 장면.) 슐츠는 자신을 거부한 여성들에게도 역시 복수심 같은 걸 느낀 것으로 보인다.
찰스 슐츠는 외향적이고 즐거운 데가 단 한구석도 없었다. 그는 18세기 미국을 지배했던 청교도 인과 다를게 없었다. 평생 술도 담배도 욕도 하지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 인이었던 그는 예수의 삶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이는 그를 더욱더 우울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결혼도 그냥 때 되니까 했다. 연애하고 사랑하고 이런 거 없었다. 딸까지 딸린 이혼녀과 결혼한 그는 4명을 자식을 낳고 살았다. 그는 전혀 가정적이지 못했다. 아내와 자식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자기 만화와 결혼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창작만이 삶의 원동력이자, 즐거움이자, 이유이자, 삶 그 자체였다. 그외의 삶은 살지 못했다. 그만큼 슐츠는, 그처럼 불안 초조 애매한 내성적 성격임에도, 자신의 창작력에 대해선 어마어마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만화를 연재하기 위해 여기저기 신문사와 잡지사 등을 전전했지만 수시로 퇴짜 맞다가 드디어, 1950년 10월 세인트 폴 파이오니어 프레스라는 (지인이 전해준 정보에 따르면 퓰리쳐 상을 3번이나 획득한 깊이있고 전통있는 신문사라고 함) 매체에서 매주 만화 연재를 시작한다.
이게 바로 그 역사적인 "찰리 브라운" 만화의 최초 연재작이다. 재미는 없지만 귀엽다. 개성도 있고.
처음엔 별로 인기 없었다. 별루 재미없었거든. 하지만 이게 유나이티드 피처(United Feature)라는 거대 콘텐트 신디케이션 회사에 전속 계약을 맺은 뒤, ("피너츠"라는 생뚱맞은 이름이 바로 이 유나이티드 피처 사에서 어거지로 지어준 거다. 누가 봐도 멍청하고 의미없는 이 이름 때문에 슐츠는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다고) 1960년대부터 뜨기 시작한다.
바로 스누피의 등장 때문이었다.
스누피와 우드스탁. 피너츠 최고의 인기 캐릭터.
스누피는 찰스 슐츠의 이상향이기도 했다. 개방적이고 모험적이고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사는. 슐츠는 평생 그러지 못한 게 한이었다.
그 뒤로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은 일사천리 세계 최고 인기 만화로 거듭난다. 애들은 자기 나라 대통령 이름보다 스누피의 이름을 먼저 외웠다. 난방이 안 들어오는 달동네에도 스누피가 그려진 문방구나 스티커는 집집마다 다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만화를 그린 금세기 최고의 만화 작가 찰스 슐츠.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오던 어마어마한 야심이 현실화 됐지만 그는 여전히 불행했다.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첫 아내와 이혼한 그는 잠시 행복한가 싶더니만 다시 또 만화 그리기 말고는 아무런 낙을 찾지 못하는 삶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는 평소 이런 말을 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만화가 아니었으면 자긴 죽었을 거라고.
이 말 역시 현실화 된다. 그는 1999년 말 뇌졸중과 암에 시달리다가 결국 50년 넘게 해 온 피너츠 연재를 중단하고 만다. 그리고 연재 중단 뒤 2개월 만에 그는 사망한다. 몸이 아파서 연재를 그만뒀는데, 연재를 그만 둔 뒤 몸에 더 안 좋아지더니 결국 2000년 2월 12일 77세에 사망한 것.
그는 그리기를 멈추었지만, 피너츠의 연재는 그가 죽은 다음날까지 계속됐다. 죽은 뒤에도 자신의 창작물이 연재되길 바랐던 고인의 소망 때문이었다.
2000년 2월 13일. 피너츠의 마지막 연재.
스누피가 (찰스 슐츠를 대신해) 연재의 종료를 알리는 편지를 쓰고 있고, 그간의 하일라이트를 모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죽기전 연재가 종료되는 것 때문에 매우 힘들어 했다. 그에겐 암과 뇌졸중보다 이제 더 이상 만화를 그릴 수 없다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
그가 죽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수많은 신문에서는 그가 50년간 그린 그림 그대로 피너츠 연재가 계속되고 있다.